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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3얼에 발매된 초등 학생용 한자 학습서 "똥 한자 드릴" 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다고 한다. 3000개가 넘는 예문이 "똥"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니 기발한 컨셉에 기인한 것은 분명하다. 266만부(6월16일현재)를 돌파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데 왜 똥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일본의 사례를 알아보자. 


책을 발간한 문향사 대표 야마모토 사장은 아이들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책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교 때 친구가 똥을 소재로 센류(간단한 시)를 만드는 취미가 있었음을 떠올렸다. "똥을 탱글탱글하게 쌉니다", "똥이 동글동글 뭉쳐집니다" 와 같이 간단한 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에 똥을 접목한다면 분명 재미없을 이유가 없다고 직감했으며 한자 학습서가 떠올랐다고 한다. 처음에는 예문을 만들기 위해 여러 학원의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의견을 구했으며 내용에는 문제가 없는지 학습서를 많이 다루는 회사에 자문도 받았다고 한다. 2년의 제작기간만에 드디어 3월24일 서점 발매를 시작했고 폭발적인 판매기록의 서막이 되었던 계기는 트위터에 투고된 한 문장이었다. 발매가 되자마자 관련 내용의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발매 2주만에 64만부가 판매되었다. 64만은 전국의 초등학생 수 약640만명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사실 이 회사의 야마모토 사장은 리먼브러더스 증권회사의 트레이더로 과거 이길 확률이 높다고 판단되면 승부를 보는 성향이 있어 이번에도 그러한 기치를 발휘해 저돌적인 추가 인쇄작업을 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출판업계에 신선한 바람이었다. 






똥을 주제로한 콘텐츠가 인기를 모은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유아 교육 전문가 토미타 교수의 논문 "유아의 야한 웃음의 발달" 에 따르면 똥,방귀,엉덩이라는 단어에 유아가 유독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일상에서의 일탈"이라는 곳에 똥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매일 평범한 일상 대화에서 "똥" 이라는 비 일상적인 단어에 웃음이 폭발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이미 이런 웃음의 구조를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바로 표현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똥 한자 학습서는 저학년과 고학년에서 판매량의 차이가 확연히 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초등학교 4학년만 되어도 똥이라는 상징적인 내용의 책보다는 스토리성이 강한 책이나 만화를 읽는 성향이 짙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특이한 점은 성인 여성들이 선물용으로 똥 한자 학습서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책들이 전하는 편집 의도는 똥이라는 리얼함에서 벗어나는 것에 있다고 한다. 냄새,노란색,갈색 등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다. 똥을 리얼하게 표현하면 현실의 똥을 상상하게 되고 더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로부터 멀리하는 비현실성이 문맥에 녹아들면서 어른도 아이도 즐길 수 있는 절묘한 균형을 실현했다고 할 수 있다. 야마모토 사장은 이미 한자 학습서 제2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1권을 하루에 다 학습했다는 아이가 있어 그런 아이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당분간 똥 투성이의 날이 계속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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